오소마츠상/소설

[이치쥬시ts] 비눗방울

눈월 2016. 5. 22. 23:26

그대가 부네요

내 가슴안에 그대라는 바람이

언제나 내게 그랬듯이

내 맘 흔들어 놓고

추억이라는 흔적만 남기고 달아나죠


                                                        -박효신 추억은 사랑을 닮아

.

.

.


"네... 일단 오늘 검사에서는 별 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혹시라도 머리가 아프시거나 하면 바로 말씀하세요"
 

".......네."


 의사가 나간 병실에서 혼자 남아있던 이치마츠는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 따분하다고 느껴 병실 밖으로 향했다. 병실 안에서는 여러가지 꽃을 둬서 그런지 느끼지 못하였지만, 밖으로 나오니 바로 느껴지는 병원 특유의 냄새, 그리고 다니는 사람 하나 없어 조용하기만한 복도. 한번씩  간호사들의 발걸음 소리나 전화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병원의 분위기의 특성 상 원래 이런 분위기일 수 밖에 없었지만 이치마츠는


'......조용하네...'


하고 생각하였고 이윽고 자신답지 않았던 생각에 역시 머리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게 있는것 같다고 생각하며 병원 밖으로 나왔다. 병원 밖으로 나와서 익숙한 듯 뒷뜰로 향한 그는 자신이 그 곳에서 잠시 챙겨주고 있는 고양이들을 챙겨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놀던 이치마츠는 곧 간호사가 병실로 올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일으켜 누군가의 손을 잡으려는 듯 행동하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잡히지않아서 허공에서 휘져었던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잠시 서 있었다.


"이제 가자!"


"음... 그래 많이 논 것 같네"


친구의 병문안을 왔다가 돌아가는 듯 한 아이들의 대화였지만 이치마츠는 잠시 뭔가 자신의 옆에서 누군가가 그 말을 해 준 것만 같아서 아무도 없었던 자신의 곁을 둘러보있지만, 역시나 그건 그의 생각이었을 뿐 아무도 그의 곁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며칠만에 처음으로 뭔가 자신이 잊은 부분이 기억이 날 것만 같았지만 누군가 그 기억만 없애버린듯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 이치마츠... 입원하더니 이제 정말 정신이 이상해진거냐..."


혼자 자책을 하던 그는 의사를 피해 숨겨두었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를 즐겨피는 그 였지만, 오늘따라 뭔가 담배가 쓰게 느껴져서, 아니 그건 변명이라고 할 수 있다. 뭔가 펴서는 안 될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치마츠는 방금 불을 붙였던 담배를 발로 짓밟아 꺼버렸다. 


**


"이치마츠씨! 밖으로 돌아다니는 건 아직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아... 딱히, 밖에서 죽지않을정도의 정신은 있습니다만"


언제나 잔소리만 해대는 간호사가 오늘도 어김없이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것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아마도 그는 어짜피 조금 있으면 나갈 이 병원에 정을 붙여야하는 사람은 없다고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유난히 사람에게 정을 붙이는 것에 대해 싫어했던 그는 조금만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이 있으면 다 밀어내버렸다. 어떻게 실망을 시켜서든.


다른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는 듯 혼자 침대에 누워있던 이치마츠의 시선을 잡아끈것은 방 밖에서 어린아이가 분 것인지 흘러들어온 비눗방울들 이었다. 비눗방울은 때때로 색이 조금씩 변하며 병실 안을 떠 다녔다. 비눗방울은 분홍색,파란색,보라색으로 변하다 노을을 닮은 노란빛을 띄웠다.


"노란색.......?"


"앗! 죄송합니다~~!!"


노란색으로 변하고 창문에 부딪혀 터져버린 비눗방울을 보던 이치마츠의 앞에 한 여자아이가 와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치마츠는 딱히 여자아이가 비눗방울이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과받는 것도 이상했기에 괜찮다며 소녀를 쳐다보았다. 이치마츠가 괜찮다고 하자 소녀는 기쁜 듯 미소를 띄우며 이치마츠를 빤히 쳐다보았고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가 시선을 피해도 상관이 없는지 여자아이는 이치마츠의 병실을 돌아다니다가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어이가 없어질려고 하였지만, 보통의 여자들과는 다르게 순수하게 행동하는 듯 한 그녀의 모습에 이치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짓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아이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 얼굴에 뭐라도..?"


"으음? 아니아니! 웃는게 예쁘다 싶어서!"


초면이지만 당당하게 반말을 하는 아이의 모습에 재미있다고 느낀 것인지 그는 자세를 고쳐잡고 여자아이를 보며 '너 남자한테 예쁘다 하는게 실례인건 알고 하는 소리인건가..?'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여자아이는 그건 생각을 못했다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이 귀여워보였던 이치마츠는 여자아이에게 병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병실을 모른다고.......?"


"음... 알고도 몰라! 혼자라서 모르는거야!"


"어... 그러니까, 병실을 혼자 쓴다고?"


"응! 그런거야!"


"그럼 내 병실 같이 쓸래?"


"정말정말?? 그래도 괜찮은검까?"


이상한 존댓말이나 섞어서 쓰는 그녀의 페이스에 휘말려 들어간 것인지 그는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병실을 같이 쓰지는 말을 했고, 여자아이는 기쁜 듯 나가더니 자신의 짐으로 보이는 야구배트하나만 들고 이치마츠의 병실에 하나 남았던 이름칸에 자신의 이름을 끼워넣었다. 


"설마...짐이 그거 하나?"


"응! 이거 어~엄 청 중요한거야! 이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준거야! 어때어때? 예쁘지?"


"딱히 야구배트 하나 보여주고 예쁘냐고 하면..."


"음... 그런가? 괜찮아!"


말을 마친 여자아이는 잠시 배트를 빤히 바라보았고, 이치마츠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아주고 있었다. 이치마츠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화들짝 놀라는 듯한 행동을 하며 자신의 이름은 쥬시마츠라고 소개하였다. 이치마츠도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그들은 수학여행온 아이들같이 밤이 깊도록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렇게 재미있는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날 간단한 검사를 받고 쥬시마츠에게 줄 간식을 산 뒤 병실에 돌아온 언제나처럼 쥬시마츠를 찾았지만 쥬시마츠는 그 어떤 곳에도 없었고, 아무리 찾아도 없는 그녀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다급하게 간호사에게 간 그는 간호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가 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간호사들이 그를 저지하기도 전에 달려서 지하1층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자신의 형제들이 있었다. 몇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다면, 그 곳은 그들이 올 곳이 아니며 액자 속에는 쥬시마츠가 있었던 것. 그리고 손님은 형제들 뿐이고 모두 검은 양복이었다는 것 뿐.


"이게 뭐야..."


"이치마츠... 진정해봐"


"*발... 지금 이게 진정하게 생겼어?"


"이치마츠 너만 슬픈거 아니잖아"


그를 막으려는 형제들을 하나하나 밀치고 도착한 그녀의 액자 앞에는 보통의 하얀 꽃들이 아닌 노란색의 꽃들이 놓여있었고, 그 곁에는 그녀의 야구배트에 곰인형이 묶여진 체로 놓여져 있었다. 여러가지의 노란색 꽃들, 그리고 여기의 사람 중 가장 밝게 웃고있는 그녀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보이는 그의 시야처럼 그의 머리 속에서도 기억의 마지막 조각이 이제야 돌아온 듯 언제나 흐릿하기만 했던 한 사람이 떠 올랐다.


왜 이제야 떠 올렸냐는 듯 한참을 자신의 머리를 치던 이치마츠의 모습을 본 형제들은 그를 말려야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그가 금방이라도 따라갈것만 같아서 가만히 두었다. 이치마츠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며 야구배트에 묶여있는 곰인형 속 녹음을 재생시켰고, 생기를 되찾았던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그의 볼을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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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이치마츠


음음... 안녕? 난 쥬시마츠! 아마 오빠가 이걸 읽고 있으면 난 이미 없을지도 모르겠다.

살아서 같이 '내가 왜 이걸 적었을까?'하며 읽을 수 는 없겠지? 

기억을 잃었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래도 차라리 내가 가도 모르겠구나... 했는데

마지막으로 오빠 얼굴보려고 비눗방울을 핑계로 갔는데... 우와...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거 있지!

그래서 결국은 작별인사도 못 하고 이렇게 되 버렸네?! 

그래도 이렇게 갔다고 나 미워하고 잊어버리지는 말아줘...?

그럼 나 슬퍼질지도 몰라!

으아아..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시간이 다 되가네!! 그럼 이만!

아 참!! 오빠 아저씨라 부른건 미안해, 그렇게 라도 안하면...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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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의 중간중간 아무리 밝은 척을 하려해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들 숙연해 졌고, 그 중간에서 이치마츠만 곰인형과 야구배트를 품에 안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달 뒤 잘 지내는 듯했던 이치마츠는 야구배트와 곰인형만 들고 행방불명 되었다.


**


"선생님!!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음...? 재미있는 이야기라...."


"첫사랑 이야기요!"


"첫사랑? 재미없을지도 모르는데?"


"에이... 저희가 뭐 그런거 가리겠습니까??"


"풋... 그렇기도 하겠네, 그럼 이야기 해줄게. 비눗방울처럼 예뻤고 짧았던 이야기"